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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두류 종합 시장
- 누군 살 집을 얻고 누군 살 터전을 잃고




떡볶이 아줌마를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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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제가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중학생 때 길 건너편의 성당주공 아파트로 이사와서 10년 넘게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중간에 성당 주공 역시 재개발을 하였고, 군에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9년 정도 되는 군요. 저야 간식거리 이외에는 시장을 이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떡복이와 순대, 오뎅, 튀김, 꼬지 등을 자주 찾았는데 이젠 이런 간식은 24시간 분식집에서만 찾을 수 있네요.(조금 걸어가면 학교 앞 분식집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분식집에서는 저녁 늦은 시간에 남은 오뎅을 그냥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정이 없습니다.

이곳을 철거할 당시 그 앞에서는 철거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과 피켓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리곤 몇몇의 상인들의 집회가 있었지요. 전 일상과 생활에 너무나도 가까웠던 시장이라 '설마 없어지겠어?'라는 생각으로 그저 지나쳐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시장이 없어졌더군요. 위의 사진과 같이 이곳 시장은 모두 간이 천막과 그 내부의 포장마차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철거의 명분이 있었는 것 같습니다. 더 큰 이유라고 한다면 시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아파트의 재개발이겠지요. 지금까지 많은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장이었는데 무허가라는 이유로 하루만에 철거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옆 나라에서 올림픽으로 인해 약하고 소외된 많은 사람들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세계적 축제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말하고 손가락질 한, 입과 손이 부끄러워질 지경입니다.

무허가 건물이지만 상인들에 대한 보상비를 시에서 지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장 옆에 있던 골목과 상가를 중심으로 새롭게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보상비는 얼마가 지급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명목에 불과한 돈일 수도 있고, 시장 상인들의 또 다른 생계를 위한 준비자금이 될만한 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비판은 어렵지만 새롭게 형성될 시장이라는 말은 소문일 뿐, 시장을 이용해 왔던주민들의 사후 대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장 중간 쯤에 있던 건물의 리모델링은 현재 진행중이고(동네에서 상당한 규모의 슈퍼마켓(?) 매장이 있었습니다.) 시장 앞쪽에 새로 들어선 건물에는 개인 병원이 생겼습니다. 시장 옆에 있던 골목은 시장이 없어진 이후로 오히려 더욱 적막해진채 다른 대안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자리 길 건너편에는 얼마전 홈플러스 마트가 새로 생겨났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시장의 대안으로 보기엔 어렵습니다. 우리 동네 슈퍼마켓은 다른 동네보다 전체적인 가격이 낮은 편입니다. 또한 덤이나 할인까지 하여 웬만한 물품은 할인매장과 비슷한 가격이며 제가 자주 찾는 아이스크림이나 햄, 채소류의 경우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채소, 야채의 경우 시장이 더욱 싼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격면으로 본다면 백원 혹은 몇십원 단위의 차이로 홈플러스의 이점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유통기한 문제로 30%, 50% 세일 판매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그래도 홈플러스 마트가 깔끔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물품도 많아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주변의 다른 슈퍼마켓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 물론 비판적인 의견은 갖고 있습니다만 더욱 큰 문제는 시장을 없앰으로써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아주 줄여 놓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시장 철거 이후 시장



[시장 철거 이후에 찍은 사진이 밤에 찍은 사진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건물을 철거해도 시장 상인들은 '두류 종합 시장' 간판이 없어진 시장을 다시 나왔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동네에 사시는 분 입니다.   시장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떡볶이, 오뎅 등 간식을 파는 모습은 없어지고 채소나 과일과 같은 진열만 하면 되는 노점뿐이라 규모는 훨씬 줄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전날(9월 13일) 왠지 시간이 많이 남아도는 기분이 었습니다. 사진이 취미라 재래시장의 사람들이 북적북적 거리는 모습을 담고 싶어 대구 최대 규모의 재래 시장인 서문시장에 갔습니다. 하지만 예상한 것과는 달리 한적한 모습과 상인들의 어려움을 느끼고 돌아 와서는 동네의 두류시장 모습 또한 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조금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추석 전날이었지만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었고, 상인들은 더욱 줄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풍성하고 여유로운 한가위가 아니었고 이젠 더이상 시장이라 부르기 어렵겠다고 느꼈습니다.

원래 시장이 시작되는 도로부터 이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공중전화 박스 2개의 공간을 제외하고 간의건물로 빼곡히 시장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왼쪽편은 그런 간의 건물은 설치되지 않았지만 노점과 상점으로 북적대는 모습이 일상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후 4~5시 정도입니다.)




그나마 유지되는 자판의 모습도 공사장에서 주워온듯한 나무판들로 세운 것입니다. 이를 찾는 사람도 없는 듯 합니다. 시장 아주머니 세분이서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다가가 뒷모습으로만 찍을테니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사진의 경우 저 스스로 그 분의 삶의 무게를 견딜 자신이 없어 지나치게 되는데, 스스로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말을 꺼냈던 것 입니다.
아주머니께서는 기분이 상하셨는지 감정을 억누르며 사진을 찍지 말라 하셨습니다. 저는 시장이 없어지는 모습이 싫어서 이를 알리고 싶다고 몇 번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잘라 말하셔서 뒤돌아 서야 했습니다. 무슨 사정에 막걸리를 드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머니의 억양에서는 여유와 즐거움은 전혀 없이 저를 향한 분노인지 세상을 향한 분노인지 한서림이 느껴졌습니다.
- 이 사진 역시 허락 없지만 시장의 모습을 전하고 싶어서 올리는 것입니다.



찍은 사진 중 가장 사람이 많아 보이는 사진입니다. 시장이 죽어가고 있긴 하지만 추석 전날 필요한 물품을 구하려 나오시는 많은 동네 분들이 계십니다. 시장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해서 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장 입구쪽은 상인들이 없었습니다. 아주머니 한분만이 무엇인가를 다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홈플러스

제사상에 올릴 햇쌀을 사기 위해 홈플러스에 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길에서 내려주는 것입니다. 오른쪽 홈플러스 앞에 보이는 것이 정류장입니다. 낮에 시장을 찾았을 때 사람들이 적은 것은 연휴 전날 준비가 끝났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가 봅니다. 홈플러스를 찾아온 사람들의 차량으로 한쪽 차선은 만원 주차되어 있고, 왼쪽에 보이는 또 다른 차선은 택시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추석 전날 오후, 대구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서 느끼지 못한 활기를 그날 저녁 홈플러스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위면적당 사람수로 비교하자면 홈플러스에 온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재래시장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보다 편리함 입니다.

원하는 물건이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한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이곳 저곳 발품팔아 가격과 물건을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습니다. 판매에 필요한 만큼의 물건만 보기좋게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유통과정 이전에 포장과 위생처리가 되어 있어서 보기에도 좋고 이용에도 더 간편합니다. 또한 판매, 판촉, 홍보 또한 시장보다 더욱 적극적입니다. 마지막 사진의 분홍색 옷을 입은 한 직원은 위로 올라가 더욱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추석 전 풍성함을 느끼시라는 입담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석 선물세트의 옆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직원들이(알바가 많겠지만) 상품을 설명하고 손님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상품 특성에 따라 그 코너에 맞는 유니폼을 입은 도우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평소의 수 배의 인원 추석 특수를 위해 집중된 것 같습니다.

재래시장에는 이러한 편리함과 이목을 끌만한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이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점이라고 한다면 물건을 고르고 선택하며 그 물건의 가격이 싸다는 점입니다.

(이 역시 사진 찍은 후 허락받지 못 했습니다.)

제가 장을 본 것이 아니라 전체적이고 정확한 가격비교는 될 수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격비교는 서문시장의 한 노점에서 판매하는 참외와 동네 홈플러스 마트에서 판매되는 50%할인 참외입니다.(모든 홈플러스의 가격이 동일하다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위의 참외 한 바구니의 가격은 2,000원 입니다. 반면 홈플러스 마트에서 판매하는 50% 할인된 참외는 서문시장에서 판매하는 참외보다 수도 적고 크기도 적지만 2천 몇백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장을 찾고, 대형 할인매장을 찾는 것은 소비자 선택입니다. 그리고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그렇게 떠들어대는 정치인과 행정조직은 소비자에게 시장을 찾아달라고 부탁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장점을 소비자들이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여기서 불만은 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행정이 오히려 시장을 죽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래시장을 이용해 달라'는 정치구호가 무색해질 정도로 또 다른 행정 역시 시장을 죽이고 있습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도로변의 노점을 철거하는 것은 시장을 살리는 행동이 아닌 아주 표면적이고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 처방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지 않고 재개발의 명분으로 시장을 없애는 것 역시 진정 주민을 생각하지 않은 행정입니다.

시장에서 불법 노점상인들을 제외시키면 과연 지금처럼 시장이 유지될까요? 그렇게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주장하면서 실생활에 맞지 않는 법을 지켜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당 수의 영세 상인들은 상가건물을 소유하거나 세들지 못하고 작은 가판에 물건을 올려 놓고 판매하는 것이 재래시장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살리겠다고 시장의 현대화를 주장하며 이런 영세상인을 몰아내는 것은 시장 죽이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시장은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생산자와 소비자에 이르는 건전한 유통 구조를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당장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라도,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가격, 정해진 품질과 양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점점 경쟁과 개선이 없는 대형자본의 독점구도로 가기 쉬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물건에 대한 선택 권리는 없어지는 것이고, 유통과정에서의 생산자 부담과 또 다른 영세 상인의 불이익이 있게 될지 모릅니다.

'이번엔 시장에 가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장보기를 나셔도 제 마음은 충분히 전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택 할 수 있는 권리는 개개인에게 있으니 나랏님도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기대와 바램은 시장 살리기를 위해 어떤 노력이나 댓가, 투자 없이 아이디어만 구걸하는 것보다, 시장 죽이기를 위해 쓰는 돈을 시장 살리기에 조금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 죽이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시장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17일 도로 포장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날 이후 시장은 완전히 없어졌으며 왼쪽 편의 상가 건물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노점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이젠 시장 상인이 아닌 노점 상인일 뿐입니다.


[시장이 있던 자리는 빈자리 없이 주차하게 되면 30대의 차량이 주차 가능합니다.
이는 주차된 차량과 주차 가능한 공간을 포함하여 여유있게 센 결과입니다.]



9월 19일. 이 모습을 보곤 기가 막혔습니다. 시장 자리에는 차량들이 가득 주차되어 주차장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경비업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4~5명 정도가 시장이 있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그 사람들이 이곳에 나와 있으며 해질 때까지 상인들이 장사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습니다. 시장 입구쪽에 있는 노점상인에 대한 제지는 없는 것을 보면 시장이 있던 자리만 지키는 것 같습니다. 이들을 고용한 사람은 대구시인지, 구청인지, 아파트 시공업체인지 궁금하군요.

경비서는 한 분이 제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곤 저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다른 사람을 부르더군요. 전 더욱 가까이서 찍기 위해 길을 건너가니 경비 서던 사람과 이야기한 사람이 다가와 어떤 사진을 찍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누구시길래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반문하니 스스로를 구청직원이라고 밝히셨고, 시장의 장사하는 상인을 막기 위해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 취미 생활로 사진을 찍고 있으며 추석부터 두류시장을 계속 찍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분께 그 동안 궁금했던 점 몇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A. 어제 도로 포장을 했는데 장사하겠다고 나오는 상인을 막으러 왔다.

Q. 그렇다면 시장 상인과 여기 주차된 차량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A. 교통과 직원이 아니라 차량들에 대한 제한 권한은 없다. 구청, 시청, 교통과가 이야기 중이라 여기에 주차공간을 만들지 - 하얀 페인트를 질할지, 노란 페인트를 칠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
도로 포장의 훼손 방지 목적으로 보기엔 의문스러웠으며 시장보다 주차장 처럼 쓰이는 공간이 어떤 혜택을 주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있다.

Q. 동네에 공영 주차장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A. 교통과 직원이 아니라 모르겠다.
친구의 집이 주차장 부지에 속할지 모르며 이에 대해서는 동사무소와 협의중이라고 들다. 내 질문의 속 뜻은 '공영 주차장이 생기게 되는데 굳이 시장을 없애 주차공간으로 사용해야 하는가' 였다.

Q. 시장을 철거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무허가 건물 때문인가, 재개발 아파트 때문인가.
A. 길이 복잡하기 때문에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

Q. 장사 하게 해 달라는 민원인가?
A. 아니다. 못하게 해 달라는 민원이다.

Q. 민원은 누가 하는가? 아파트에서 하는가?
A. 워낙 많은 민원이 들어와서 누구인지 모른다.

Q. 시장이 철거 될 때 보상은 어떻게 되었는가? 시장 상인들에 대한 사후 대책은 있었나?
A. 시청 직원이 아니고 구청 직원이라 그에 대해서는 모른다.

Q. 시장 철거 시 옆 골목으로 시장을 내겠다는 말도 들었는데 어떻게 되나?
A. 원래 시장이 그 쪽 편이었다. 이 길로 상인들이 있게 되어 길이 복잡해 진 것이다.

Q. 오랜 기간 동안 있었던 시장이고 입구에 커다란 두류 시장 간판이 있었는데 시장이 아니란 말인가?
A. 오래 전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누가 간판을 세웠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답변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으나 답변 자체가 질문과는 다른 정리되지 못한 말이었음.

Q. 지금까지 시장에 대한 철거 혹은 단속이 없다가 한 번에 철거된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A. 그게 아니라 그 전에도 몇 번의 단속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도 2003~4년 정도에 노점 상인에 대해 크게 단속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내부에 대한 단속이 아니라 시장 앞 횡단보도 주변에 있는 상인들에 대한 단속이었다. 따라서 철거 이전에는 시장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구청 직원 분과 대화 중 주변에 5명 정도의 주민들이 떨어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중 어떤 아주머니께선 나보고 어느 소속이냐 묻고, 시장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물론 나는 모른다.) 나는 길 건너 아파트에 살고, 그저 취미로 사진찍으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시장에 대한 여론은 어떤지 물었던 속 뜻이 궁금해서 아주머니께 시장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냐 물었다. 아주머니께선 '당연히 있어야지요' 라고 하시며 시장 상인들도 살고 동네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장이 그대로 남도록 나보고 힘 좀 써보라 헀다.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제가 어떻게 힘을 써요'라고 하니 '아이! 힘 좀 써봐요!' 라고 하시며 가셨다.


* 본 내용은 구청 직원과의 대화 직후 버스를 타고 그 안에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직원과의 대화가 예상치 못했던 것이고 질문도 정리되지 않은 채 생각나는 대로 한 것이라 부족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버스에서 기억나는 대로 요약한 것이라 원래 질문 순서와 맞지 않는 부분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표시 없는 내용은 대화 내용 그대로 요약된 것이고 대화 역시 구청 직원 아저씨의 친절한 답변으로 순조로웠다.

* 구청 직원 분 역시 준비되지 못한 답변으로 인해 본 대화 내용은 비공식적이고 부정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시장 상인이나 동네 주민이 시장을 운영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하지 았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상인들이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민원은 어디서 나오는지도 궁금합니다. 상인들이나 주민들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그저 시장이 없어지는 상황을 지켜 봐야 하고 추측컨데, 아파트 시공사의 영향력으로 인해 일방적인 행정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아파트 바로 옆에 시장이 있어서 지저분하니 땅값 떨어진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합니다. 시공사 측에서는 최대한 깔끔한 상태의 상품을 내놓고 싶어하겠지만 그 아파트만 관계된 일이 아니라 동네의 한 부분이고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없앴다는 것은 공동체에 속한 기업으로 그리고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기업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해 시장을 철거했다고 하더라도 그 아파트 주위로 모두 도로가 나있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얻긴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새로 만든 도로가 아니라도 아파트에서 출입할 수 있는 입구가 도로 쪽으로 나있으며 차량의 주차로 인해 차 두대가 동시에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도로인 것은 변함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을 일반 도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도로의 끝은 주택가와 작은 아파트 사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없애지 않고 재개발하는 방법은 다양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지 않고 시장을 없애버렸다는 것은 한 소리나 듣고 쉽게 쉽게 가자는 행정편의만을 위한 것 같습니다. 법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만들때 시공사에서 일정 부지를 공원과 같은 공동시설로 만들어야 하는 법이 있다고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시장에 대한 투자 혹은 복지를 하여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고, 그 방법이 아니라도 시와 협력하여 시장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도 갈 수 있었을 것이고,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시장과 아파트의 경계에 대한 정리로 끝낼 수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시장을 없애버린 결과는 이곳을 삭막하고 메마르게 만들 것입니다. 좋게 본다면 조용해 지겠지요. 힘없는 영세상인을 몰아내고 깔끔하고 시원한 도로를 얻었지만 이곳은 시원한 도로 대신 도로 포장 즉시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더 이상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내 있던 상가건물은 통행량이 적은 좁은 도로 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상권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뻔해 보입니다. 물론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의 수입은 보장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요조차 근처 할인매장에 흡수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지금과 이전에 있었던 업종의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일부 삶의 터전을 지켜온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결과도 낳을 것입니다. 넓은 구역의 영향력을 가진 시장의 업종과 아파트와 주변 주택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업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엔 몇 년 뒤 이곳은 가정집이나 미용실과 같은 작은 영향권의 상가로 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람 살리는 법이 없으니 법치가 사람을 죽인다.
돈이 최고라 여기니 거대 자본이 작은 사람들을 죽인다.


지금이라도 시와 주민, 아파트 입주자의 여론을 조사하여 시장 유지와 개선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이미 포장도로와 보도블럭까지 만들어 놨다며 발뺌한다면, 영세 상인의 터전과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뺏고 그 자리를 주차 공간으로 쓰는 것 또한 실책인데 어떤 더 이상의 실책을 따지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요.



[+080924] 아침 식사 때 부모님께서 하시는 이야기가 시장 사람들이 동네 근처 가게를 얻으려 한다는 내용 같아서 어머니께 시장사람들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습니다.(시장 근처에 가게가 있습니다.) 보통 가게나 집앞에 약간의 자릿세를 주고 노점을 하려 한다고 합니다. 보상은 얼마 받았는지 물어보니 시의 땅이라 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가게 2층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시장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셨습니다.) 구청장이 시장 사람들의 항의가 너무 심하다며, 그동안 그만큼 벌었으면 감지덕지지 무슨 보상을 바라느냐는 것입니다. 진짜 이렇게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시장 할머니는 구청장에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오줌 쌀 놈이라고 욕을 했다는 것을 보면 비슷한 수준의 반응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제 친구들은 시장이 없어진데 아쉬워하지만 보상을 해줬다는 점에서 저만큼 억울해 하진 않는 편이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시장이 무허가였으며 법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은 없었다며 오히려 시원하게 뚫린 도로로 인해 차량 운전은 더 편해졌다고 했습니다. 제가 운전을 못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는 것이랍니다.

어머니께 시장에 대해 계속 물어보니 '쓸데 없는데 관심 같지 말고 니 하는 공부나 열심히 해라' 라고 하시며 말을 끊으시더군요. 어찌보면 제겐 상관 없는 쓸데 없는 일입니다. 시장 사람과 개인적인 친분 관계도 없고 가게 일 역시 시장이 있건 없건 무관합니다. 추석 이후로 시장에 대해 생각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글을 쓰고 정리하고 있는 것이 허무한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글이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할 수 없고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겐 상관 없는 일 입니다. 하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상향은 있습니다. 그런 사회에 대한 기대이며 적어도 앞으로 이런 억울함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 제가 이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전 제 글이나 사진을 평가받고 싶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글에 대한 동정이나 동조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시장이 힘없이 무너지고 그 곳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분들이 뭐라 항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억울함을 느껴 이 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시장을 다시 만들어 내라고 우기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달라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던진 돌맹이의 파장이 다른 사람들의 좋은 의견으로 되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업을 삼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세상을 향해 들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소한 관심이라도 가져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